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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가
애비 심정의 오묘한 맛 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방황하는 아들에게 ‘아이구 이놈아!’라고 했을 때 ‘아이구’와 ‘이놈아’라는 단어 속에는 질책과 가르침, 사랑 등등의 모든 아버지 심정 이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애비의 심정으로 느끼는 것이 판소리 맛이다. 대표적 단가 인 백발가 가사를 갖고 눈, 귀, 코, 혀, 가슴으로 판소리의 맛을 살펴보면 꼭 이런 맛 이다. 투리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발가 역시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다. 전라도 사투리를 감상하는 것이 판소리 맛 중의 일미(一味)다. 했다. 머리털 없는 백발이다. 기발한 비유다. 탁자 앞에서 늙은 노승이 장삼을 꽉 쥐 고 힘겹게 꾸벅꾸벅 절한다. 법당 밖은 저녁 안개가 끼고 돈다. 종소리가 은은히 맥 놀이 돼 울린다. 마음이 고요하고, 또 고요한 느낌을 안 가질 수 없다. 가사를 꼭꼭 씹어 먹으면 말로써 전승되는 구비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다. 살찐 글씨가 삭정이처럼 마른 글씨로 변했다. 군더더기가 없다. 꼭 필요하고 있 을 것만 있다. 세상사 드잡이를 내려놓은 이상 세계 인간의 마음이 엿보인다. 판소 리 명인들은 “나이 60살은 넘어야 사설 내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몸으로 체험한 것, 마음으로 직접 만져본 일, 실패도 해 보고 성공도 해 본 경험이 있어야 판소리의 제 맛을 낼 수 있다. 냄새나는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묵은 김치에 싸 입안에 넣고 꼭꼭 씹는다. 삶이 씹힌다. 어둠이 씹힌다. 희망이 당겨져 와 씹힌다. 앞자리에 앉은 친구의 푸념 이 가슴에 꽂힌다. 대거리를 한다. 하루의 시름과 그늘이 씻겨 간다. 소주잔 마주치 며 대화하듯 얼씨구! 좋다! 잘한다! 하며 소리꾼에게 흥을 실어 주며 소통한다. 네 심정 내가 알고, 내 심정 네가 알아주는 것! 이것이 판소리의 단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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