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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방일보] 판소리의 맛 걸쭉한 사투리에 세상사 희로애락 품어…
2014-11-25 16:15:59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조회수 2457

백발가

백발이 섧고 섧다.
백발이 섧고 섧네.(중략)

금강산을 들어가니
조그마한 암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여 들어
재(齋ㆍ불교에서 명복을 비는 불공)
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다리 몽둥 큰 북채를 양손에다 갈라 쥐고,
북을 두리둥둥
목탁 따그락 뚝딱
죽비는 쫘르르르르 칠 적에

탁자 앞에 늙은 노승 하나
가사 장삼을 어스러지게 메고
꾸벅꾸벅 예불을 하니
연사모종(煙寺暮鐘ㆍ저녁 안개가 끼기
시작하는데 종소리가 들림)이라
허는 데로구나.

 

 
중요무형문화재인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공연을 신명나게 펼치고 있다.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제공  

중요무형문화재인 안숙선 명창이 판소리 공연을 신명나게 펼치고 있다.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제공  

 

애비 심정의 오묘한 맛

 판소리의 맛은 오묘하다. ‘이거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신묘하다. 그래서 비유해

서 설명할 수밖에 없다. 아버지가 방황하는 아들에게 ‘아이구 이놈아!’라고 했을 때

‘아이구’와 ‘이놈아’라는 단어 속에는 질책과 가르침, 사랑 등등의 모든 아버지 심정

이 들어 있다. 이와 같은 애비의 심정으로 느끼는 것이 판소리 맛이다. 대표적 단가

인 백발가 가사를 갖고 눈, 귀, 코, 혀, 가슴으로 판소리의 맛을 살펴보면 꼭 이런 맛

이다.

 

전라도 사투리 맛이 그 첫 번째 맛

 판소리는 전라도 지방에서 나왔고 발달했다. 그런 관계로 가사 자체가 전라도 사

투리로 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백발가 역시 질퍽한 전라도 사투리다. 전라도

사투리를 감상하는 것이 판소리 맛 중의 일미(一味)다.

 

구비문학성이 그 두 번째 맛

 백발가 가사를 찬찬히 뜯어보면 재미가 있다. 머리 깎은 스님 머리를 백발에 비유

했다. 머리털 없는 백발이다. 기발한 비유다. 탁자 앞에서 늙은 노승이 장삼을 꽉 쥐

고 힘겹게 꾸벅꾸벅 절한다. 법당 밖은 저녁 안개가 끼고 돈다. 종소리가 은은히 맥

놀이 돼 울린다. 마음이 고요하고, 또 고요한 느낌을 안 가질 수 없다. 가사를 꼭꼭

씹어 먹으면 말로써 전승되는 구비 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인생의 그늘 맛이 그 세 번째 맛

 세한도(歲寒圖)가 있다. 고독과 외로움을 극복한 어떤 절대 경지의 영험이 풍긴

다. 살찐 글씨가 삭정이처럼 마른 글씨로 변했다. 군더더기가 없다. 꼭 필요하고 있

을 것만 있다. 세상사 드잡이를 내려놓은 이상 세계 인간의 마음이 엿보인다. 판소

리 명인들은 “나이 60살은 넘어야 사설 내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몸으로 체험한 것, 마음으로 직접 만져본 일, 실패도 해 보고 성공도 해 본 경험이

있어야 판소리의 제 맛을 낼 수 있다.

 

쌍방향 소통의 맛이 그 네 번째 맛

 서울 종로 3가에 가면 홍어집이 많다. 소주 한잔을 가볍게 털어 넣는다. 쿰쿰한

냄새나는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묵은 김치에 싸 입안에 넣고 꼭꼭 씹는다.

삶이 씹힌다. 어둠이 씹힌다. 희망이 당겨져 와 씹힌다. 앞자리에 앉은 친구의 푸념

이 가슴에 꽂힌다. 대거리를 한다. 하루의 시름과 그늘이 씻겨 간다. 소주잔 마주치

며 대화하듯 얼씨구! 좋다! 잘한다! 하며 소리꾼에게 흥을 실어 주며 소통한다. 네

심정 내가 알고, 내 심정 네가 알아주는 것! 이것이 판소리의 단맛이다.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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