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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국방일보] 변상문의 재미있는 풍류이야기 ⑤ 판소리
2014-11-08 18:57:32
국방국악문화진흥회 조회수 2582

사람냄새 나는 놀이판 모두가 하나되는 소리

⑤ 판소리
2014. 11. 03   15:29 입력

 

 
 

웅장하고 씩씩한  동편제

가슴을 후벼파는  서편제

책을 읽듯 덤덤한 중고제

 

 

 

 
판소리 공연 모습.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제공

판소리 공연 모습.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제공

 

 

 

 

두 손에 금을 쥐고 찬밥 먹는 예술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종로3가역 6·7번 출구까지를 국악거리라고 한다.

국악거리 골목 종로구 익선동 159번지. 이곳 삼겹살집에서 소주잔을 기울

이다 보면 시곗바늘은 어느새 8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1934년 한성준·이

동백·김창룡·송만갑·정정렬 등 전설적 명인 명창들은 이 삼겹살집에서 조

선성악연구회를 조직해 민족혼의 부흥을 꿈꿨다.

당시 국악거리는 늘 인력거가 넘쳐났다. 명인 명창들은 그런 인력거를 타

고 곱게 단청한 기와집 솟을대문을 분주히 드나들었다. 풍류객들은 걸음걸

이마저 장단 끝에 매달아 놓고 흥을 즐겼다. 외씨버선 치마폭엔 가을 낙엽

날리듯 돈이 날렸다. 그렇게 판소리는 끝 모를 하늘로 높이 날아갔다. 그리

고는 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지금의 국악거리는 을씨년스럽다. 오색단청 화려했던 집들은 없어

졌다. 명인 명창들이 드나들던 골목엔 ‘게이바’가 들어서고 있다. 유네스코

가 세계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한 판소리가 사회의 무관심 속에 두 손에

금을 쥐고 찬밥을 먹고 있다.



판소리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우리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자연 발생적으로 생긴 음악이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가 결합

된 말이다. 판소리 할 때 판은 장기판·바둑판 등과 같은 장소적 의미다. 이

장소는 육성이 들릴 정도의 크기다. 음향기기를 써야 들리는 판이 아니다.

사람냄새가 나는 놀이판이다. 노래하는 소리꾼과 북을 치는 고수(鼓手), 단

두 사람으로 구성된 공연이다.

 

구성 요소

시간의 골 너머 항문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오장육부 지나 목젖 너머로 토

해지는 것이 있다. 몸덩이 자체가 관악기다. 통음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른

다.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뇌성벽력이 폭발하고 나면 끝인가 싶었는데 푸

른 하늘 위로 또 한 번 솟구친다. 그리고는 이슬이 돼 사라진다. 이를 ‘소

리’라 한다.

이야기가 있다. 중년이 돼 나누는 세월의 이야기가 있다. 막걸릿잔 앞에 고

영화 박하사탕처럼 열차를 거꾸로 달리게 해 숨어 버린 시간의 이야기를

꺼낸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육신 덩어리에서 마른 수

건 짜듯 짜낸 눈물이 뜨겁다. 눈물이 양 볼을 타고 산사태를 이룬다. 이를

‘소리’가 아니라 해서 ‘아니리’라 한다.
 


부채를 쥔 몸짓이 있다. 왕후장상의 하늘 같은 몸짓도 있고, 저잣거리 시정

잡배의 땟국물 졸졸 흐르는 몸짓도 있다. 토끼도 흉내 내고 자라도 흉내 낸

다. 제비가 돼 북경 지나 의주길 따라 삼각산 돌고 도는 몸짓이 있다. 춘향

이가 작은 이 도령 서는데 먹는 시금털털한 몸짓이 있다. 이를 ‘발림’이라

한다.

오온은 공이다.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다. 법·열반·공·무·무상·중도라고

도 한다. 전체가 하나고 하나 속에 모든 것이 있다. 알 듯 말 듯하다. 그런데

확실히 와 닿는 색즉시공이 있다. 판소리꾼 박(拍) 끝에 ‘얼씨구(얼씨구는

얼을 심는다는 뜻. 절씨구는 얼씨구의 의미 없는 상대어), 좋다, 잘한다’ 등

을 대롱 매달아 태우며 ‘소리꾼’과 ‘관객’이 하나가 되는 현실의 세계가 있

다. 이를 ‘추임새’라 한다.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

지리산을 옆에 끼고 흐르는 섬진강가에는 소리가 있고 풍류가 있고 문학이

있다. 박경리는 지리산 피아골 연곡사 뜰에서 동학접주 김개주가 최 참판

댁 윤씨 마님을 겁탈해 구천이(김환)를 잉태하는 것으로 소설 토지의 실마

리를 풀었고, 풍신 좋은 ‘주갑’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내세워 판소리의 멋을

표현했다.

판소리는 이러한 섬진강을 중심으로 제(制)가 나눠진다. 제(制)란 필요한

격대로 자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일종의 유형 또는 계보를 의미한다. 남원·

구례·순천 등 강 동쪽에서 발달한 소리를 동편제(東便制)라 한다. 보성·광

주·나주 등 강 서쪽에 자리 잡은 소리를 서편제(西便制)라 한다. 그리고 지

금은 사라졌지만,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에서 주로 불리었던 소리를 중고제

(中高制)라 한다.

동편제 소리는 웅혼(雄渾)하다. 몸통 전체가 관악기가 돼 소리를 통째로 뿜

어 올린다. 발림도 태권도 하듯 씩씩하다. 공력이 없으면 도저히 해낼 수 없

는 소리가 동편제 소리다. 이런 동편제 소리는 구례의 송홍록·송우룡·송만

갑·박봉래·박초월·김소희 등으로 전승됐다. 지금은 송순섭·김일구·안숙선

등이 대를 이어 활동하고 있다.

서편제 소리는 애원(哀怨)하다. 사람의 가슴을 후벼 판다. 떨림과 농()으로

일컫는 시김새가 극치를 이룬다. 남도 특유의 깊은 육자배기 맛이 우러난

다. 이런 서편제는 박유전·이날치·정재근·정응민·정권진 등으로 전승됐다.

지금은 조상현·성창순 등이 대를 이어 활동하고 있다.



중고제 소리는 책을 읽듯 덤덤하다. 근대 5명창 이동백·김창룡 등에게 전수

된 소리는 가수 심수봉의 고모 심화영을 끝으로 전승이 끊어졌다. 심화영

은 청진권번에서 소리를 배웠다. 심수봉의 발표회에서 심화영이 부른 ‘쑥대

머리’를 빗(雨)소리 들리는 유성기 음반에서나 들을 수 있음을 애석해할 따

름이다.



<(사)국방국악문화진흥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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